가을비 내린 장산의 양운폭포
이 같은 사실은 장산국의 장(萇)이 장지(萇旨)마을과 장지봉(萇旨峰), 장지천(萇旨川) 등에서 나타나 지금까지 전해지고, 또한 조선조 지도에도 상산과 함께 표기된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장산의 이름이 ‘거칠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고 ‘거칠다’는 오히려 인근 황령산(荒嶺山)의 유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황령산은 본래 거츨산(거칠산)으로 불리다가 이후 황령산이 되었다. 이 지역은 옛날 신라에 복속되기 전 부족국가인 거칠산국(居漆山國)이 있어 거츨산 또는 거칠산으로 불렸다. 즉, 거칠산이라는 지명은 거칠산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향토문화전자대전]’
‘황령산은 동래가 신라에 정복되기 이전에 동래지방에 있었던 거칠산국(居漆山國)에서 온 산이름으로 보고 있다. 거칠산국에 있는 산으로서 <거츨뫼>라 했던 것이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거칠 황(荒), 고개 령(嶺)의 황령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와 같이 ‘거칠다’는 황령산의 유래를 말한 것으로 장산과 맞지 않다.
지금까지 본지의 장산국 연구과정에서 그 어떤 문헌에서도 장산 이름의 유래가 ‘거칠다’와 관련되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장산산림생태관찰소 배너에 표기된 장산이름의 유래(왼쪽)와 동래부 여지도 - 수영강 우측에 장산국기라 표기
◇ 장(萇)의 사전적 의미
장산의 ‘장(萇)’은 보리수를 의미하며 또한 ‘양도(羊桃)’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보리수는 석가가 그 아래서 깨달음(보리)을 얻은 나무라는 의미다. 양도는 괭이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만초(蔓草)인데, 여기서 만초는 덩굴이 뻗는 풀이다.
백번 양보하여 ‘장(萇)’이 양도라는 뜻을 가진 덩굴이라 해도 ‘거칠다’라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억지를 부려보자면 양도의 ‘도(桃)’는 복숭아를 의미한다. 그래서 거친 복숭아를 연상했는지는 몰라도 실제 양도는 복숭아하곤 거리가 먼 뜻을 지녀 ‘거칠다’란 뜻을 부여하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본지에서 파악한 대로 장산국에서 장산 이름의 기원을 찾는 게 더 옳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장산산림생태관찰센터 내에 세워진 배너에는 장산의 기원을 ‘거칠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거친 복숭아가 많았다’는 믿기 힘든 내용으로 표기해 두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장산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에도 이미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배너 내용이 안내판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로 보인다.
상산마고당
◇ 이미 상산(上山)이란 이름이 있었다
더구나 장산은 과거 ‘상산(上山)’이라고도 불렸던 터라 ‘상산에 거친 복숭아가 많았다’는 근거도 찾기 힘들며, 오히려 ‘상산마고당’에서 볼 수 있듯이 주민들에겐 상산이 더 친숙했던 명칭으로 보인다.
상산이란 이름도 기존 안내판에서는 ‘웃뫼’에서 발전된 것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이렇게 상산의 ‘상’을 ‘위쪽’ 등의 위치적인 의미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우러러본 산’이나 ‘받든 산’ 등의 가치적 의미로 해석하면 상산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주민들이 받들며 우러러보던 상산을 굳이 ‘거친 복숭아’를 가져와 장산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하기 어렵다.
반여동에서 오른 장산
장산국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그 흔적을 애써 무시한 채 억지로 ‘거칠다’를 황령산에서 훔쳐 오지 말고 장산의 유래를 장산국에서 찾아봄이 어떨까? 그러면 장산국까지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