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에게 모이를 주는 긴꼬리딱새 (사진 : 박용구 조류탐조가)
박용구 조류탐조가가 장마철에 새 둥지 탐사를 가잔다. “비가 오는데 새를 어떻게 관찰하려고요?”라고 묻자 그는 “비가 오면 어미 새가 새끼를 비로부터 보호하느라 더욱 둥지를 떠나지 않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 버립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긴꼬리딱새 둥지를 관찰하기 위해 모처로 떠났다. 이번엔 해운대문화원 전문위원이자 기장향토문화연구소 황구 소장이 우리와 동행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직박구리 둥지
먼저 멧비둘기 둥지부터 보고 직박구리 둥지도 살폈다. 직박구리 둥지는 비어 있었는데 박용구 씨가 “알을 까마귀가 다 먹어 치웠다”고 알려 주었다.
“까마귀가 알도 먹어요?” 하자 박용구 씨는 “새끼도 잡아먹는데 알인들 못 먹겠어요?”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가시넝쿨 속에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도 살펴보았는데 역시 비어 있었다. “이놈들도 까마귀가 잡아먹었어요?”라고 묻자 이번에는 답이 달랐다. 다 커서 둥지를 떠났다고 했다.

긴꼬리딱새 둥지엔 새끼 4마리가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이놈들은 어떻게 살아 있죠?”라고 묻자 박용구 씨는 “긴꼬리딱새 어미가 독해 까마귀가 감히 달려들지 못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독하고 또 예민한 새다. 멀리서 위장막을 치고 어미 새가 둥지로 날아들기를 기다렸으나 주위만 배회할 뿐이었다.

지난 5월에 촬영한 긴꼬리딱새
기다리는 동안 모기향을 피웠지만 모기가 어디서 몰려드는지 카메라를 든 손가락을 물고 갔다. 위장막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미동조차 없이 서 있자니 다리도 아프고 팔도 저렸다. 드디어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어미가 둥지로 날아들었다. 4마리 새끼들이 고개를 쭉 빼들고 서로 먹이를 달라고 야단이다. 그 순간 모기가 내 목덜미를 콱 물었다. 모기를 쫓자니 어미 새가 날아갈 것 같고 참자니 가려움이 몰려왔다. 간신히 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박용구 씨가 내 고충을 안다는 듯이 빙긋이 웃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관에서 지원할 수 없을까?
다 찾아 놓은 둥지를 탐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산속에서 새 둥지를 찾아서 새들의 생태를 촬영하는 일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이렇게 장산 일원의 조류를 찾아 밤낮없이 활동하는 이를 위해서 관공서 차원에서 연구활동비 정도는 지원하면 어떨까? 누군가는 우리 지역에 어떤 새들이 사는지, 그들의 생태는 어떤지 조사를 해야 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해운대라이프 신문사 경영 사정이 좋아지면 반드시 지원하고픈 일이 바로 지역의 숨은 일꾼들이 펼치는 공익적 사업이다.
도예공방 ‘토화수’ 최익성 대표와 황구 소장(오른쪽)
차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박용구 씨만 현장에 남고 나머지 두 사람은 철수했다. 오는 길에 장안읍 신리에 있는 도예공방 ‘토화수’에 들러 최익성 대표에게 커피를 한 잔 대접받고, 신리에 있던 황구 소장의 옛 가마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