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꽃 / 문정희
만개한 목련꽃 아래 서 있으면
너무 눈부셔서 비현실 같다.
부도수표인가 하고 자꾸 쳐다본다.
나른한 권태가 전염병처럼 번져 가는 봄날
빈 쌀독은 아랑곳없이
백구두 맞춰 신고
서울로 가는 이모부 같다
항구에 배가 닿기만 하면
호강시켜 준다는 이모부의
탐스러운 거짓말 같다.
겉치장에 너무 치중하다
공부를 놓쳐버린 여자,
집 나간 그녀가 벗어 놓은 버선목이다.
속에다 허공을 가득 채운 채
회색 가지에서 흔들리다가
후두둑, 저 혼자 허물리는
너무 화사해서 슬픈 저 목련꽃은
사진 예성탁 / 글 박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