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습지에 있는 우물
장산습지 한쪽에는 정체 모를 우물이 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본지에 소개하면서, 어쩌면 장산국 시대에 사용된 우물이 아닐까 하는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일간지에도 기사가 실렸지만 우물의 존재는 점차 잊혀 갔다.
그러다 “우물 속을 파 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최소 3m 정도는 파야 뭔가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거가 뚜렷하진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3m’라는 깊이에 스스로도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물 속 모습
지난 1월 9일 저녁, 옥숙표 장산습지보존위원장(이하 위원장)으로부터 1차 우물 발굴 작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튿날 엄청난 추위 속에 옥 위원장과 우물 발굴 현장을 찾았다. 먼저 습지를 돌아본 후 도착한 우물 곁에는 비닐포대가 5개 정도 놓여 있었다. 어제 우물 속에서 꺼낸 포대라는데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놈들이었다. 그런데 간장과 된장이 섞인 듯한 냄새가 우물 주위에서 계속 풍겨 나왔다. 우물 속으로 고개를 처박고 냄새를 맡아봐도 뚜렷한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비닐 포대를 들춰 내용물을 확인하자 바로 여기서 냄새가 났다.
우물 속에 있던 소 사료 포대
◇ 우물 속에서 대량 발견된 소 사료 포대
포대 안에는 아주 부드러운 흙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묘한 냄새를 풍겨 일반 흙은 아닌 듯했다. ‘뭐지’ 하면서 몇 번을 나무막대로 뒤져봤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다시 이 포대 저 포대 살피다 한 포대에서 뭔가 이상한 문양이 슬쩍 보였다. 지난밤에 꽁꽁 얼어붙은 비닐포대를 조심스럽게 펼치자 ‘이코노 화이버’란 글귀가 나타났고, 그 아래에는 ‘섬유질 비료’라고 쓴 색 바랜 작은 글씨가 보였다. 더 흥미로운 것은 포대 밑면에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웃는 소의 그림’이었다. 그러면 이건 분명 섬유질 소 사료가 분명했다. 목장의 소에게 먹일 사료를 포대째 우물 속에 집어넣은 것인데,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직 꺼내지 못한 포대가 우물 속에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물 속에 있던 소 사료 포대
이번 1차 발굴은 대원각사 안도 스님의 도움으로 이뤄졌는데,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우물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옥 위원장은 1차 조사에 이어 2차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이런 일을 민간에서 하기보다 해운대구청이 나서서 진행하면 더 좋겠다. 그 방안을 찾아 구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비단 이 우물뿐만 아니라 장산 일원에 흩어져 있는 여러 유적에 대해 그 실태와 더불어 정체를 밝히는 데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