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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59) 비혼
  • 편집국
  • 등록 2023-11-15 16: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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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아기

비혼(非婚)이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했어도 이혼하여 혼자 사는 경우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결혼하지 않는 중년 여성들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십여 년 전에 본 적이 있다. 자녀를 양육하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아 결국 이들이 노년이 되면 가뜩이나 저출산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미래세대가 이들 비혼 중노년까지 부양하게 되어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주변에서  종종 결혼하지 않은 좋은 조건의 노처녀, 노총각을 흔히 본다. 나 혼자 벌어 즐기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데 결혼하면 배우자와 자녀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야 해서 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선생님 중에서도 결혼 안한 인물 좋은 노총각이 있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좁은 방에서 얼굴 맞대고 사는 것도 싫고 해외여행 가자, 명품 사 달라 등 여러 가지 요구를 할 텐데 그런데 돈을 쓰는 것이 싫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고 자녀를 낳으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새삼 느끼기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의 뚜렷한 목표를 찾기도 한다. 남자는 일터에서 돈을 벌어 보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고, 자녀를 키우면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성숙한 인간이 된다. 

결혼을 하여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아기를 낳고 한 가족을 이루면 많은 희생과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좋은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 가정 안에서 많은 기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고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부모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하면 자연적으로 가정을 만들 준비를 한다. 부모가 가정 속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자녀들도 결혼에 대해서 회의를 가질 수도 있고 결혼하고서도 혼자가 될 확률이 높다.


 기억나는 비혼주의자 한 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분은 60년 생으로 뇌종양 재발 후 보존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였다. 독신이어서 남동생이 보호자로 따라왔다. 동생이 누나의 병력(病歷)을 차근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누나는 3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제가 늘 모시고 다녔지요. 점액성유방암이라 항암약물치료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작년 2022년 6월 두통이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이번엔 뇌종양이었습니다. 이때도 제가 모시고 다니며 수술을 받게 했습니다. 원장님, 뇌종양이 재발한 누나가 오래 못 살 것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프지만 않게 해주십시오.” 

입원하여 며칠이 지나니 환자가 정서적으로 조금 안정되어 의료진과 눈길도 맞추고 병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이 보였다. 입원 10일째가 되니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까지 혼미해져 보호자(남동생)에게 연락하니 큰 병원에는 안 가겠다고 말했다. 우리 병원에서 산소도 투여하고 뇌압을 저하시키는 약을 쓰니 의식이 돌아왔다. 

입원 30일째 다시 호흡곤란 등 전신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한밤중에 결국 심정지가 와서 사망하였다. 남동생이 왔었는데 울지도 않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음날 사망진단서 건으로 남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누나가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누나는 비혼주의자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결혼하라고 사람을 소개시켜 주어도 안 하더니 결국 이렇게 쓸쓸히 죽네요.” 

“장례를 어떻게 하렵니까?”

물으니 화장하겠다고 한다. 


비혼으로 있으면 세파를 겪을 때마다 힘들지만 특히 아플 때 제일 서러움을 느낀다. 결혼을 했으면 싫으나 좋으나 남편이나 아내 곁에서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것을 본다. 이런 점을 보면 결혼하여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많지만 배우자 덕분에 든든하고 안심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긴긴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믿을 수 있고 배우자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잘 알기에 얼마나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지 모른다. 


병원에서 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가 꼭 있어야 하고, 나이 들수록 부부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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