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호수 주변과 대천(춘천)에 텃새화된 조류가 몇 종 있다. 대표적인 놈이 왜가리, 쇠백로, 흰뺨검둥오리들이다. 왜가리는 한 마리가 주로 보이다 어느 때는 다섯 마리가 동시에 대천호수로 날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한참을 대천호수 주위를 돌며 시끄럽게 울부짖더니 한 마리만 남고 다 떠났다.
쇠백로는 두 마리, 세 마리가 보인 적도 있는데 좀처럼 같이 노는 꼴을 보지 못했다. 통상 한 마리가 대천과 장산계곡까지 누비며 먹이활동을 한다. 쇠백로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은 왜가리와 많이 다르다. 왜가리는 가만히 앉아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쇠백로는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싸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왜가리도 호수 가장자리를 가늘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기도 한다.
흰뺨검둥오리는 수컷 두 마리에 암컷 한 마리가 주로 보인다. 암수 한 쌍에 그 곁에서 남의 여자를 호시탐탐 노리는 수컷 한 마리다. 가끔 대천호수를 지나다 푸드덕거리며 수면이 시끄러우면 수컷이 자신의 짝인 암컷 곁으로 다가서는 솔로 수컷을 쫓아내는 순간이다.
이른 아침에 대천이나 장산계곡에서 아직 자는 흰뺨검둥오리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암수 한 쌍은 가까운 자리에서, 솔로 수컷 한 마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잠을 잔다. 잠을 깬 흰뺨검둥오리들은 아침 체조도 하고 몸단장도 아주 열심히 한다.
겉으로 봐선 모두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가끔 왜가리의 긴급구조 신호를 접한다. 한 번은 왜가리가 대천호수 위를 돌면서 괘액 괘액 소리를 지르길래 쳐다보니 까마귀가 왜가리 뒤를 쫓고 있었다. 덩치도 더 크고 부리도 더 길고 날카로워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놈이 꼴사납게 까마귀에게 쫓겨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다 한번은 까치에게 쫓겨 달아나는 왜가리를 보았다. 역시 돼지 멱따는 소리를 하면서 까치를 떼어내고자 큰 날개를 퍼덕였다. 까마귀나 까치나 다들 영역동물인지라 자기들 영역에 들어온 왜가리를 쫓아내는 모양인데 왜가리로선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대천호수 안에선 그 누구도 건드릴 놈이 없는지 아주 우아하게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