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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밴드의 음악과 춤사위에 빠져
  • 예성탁 발행인
  • 등록 2024-07-10 16:19:07
  • 수정 2024-07-11 15: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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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 원으로 만날 수 있었던 해운대문화회관
그의 첫 느낌은 트랜스젠더 무당이었다. 이는 서도밴드의 공연에서 무대에 선 그를 보며 단숨에 든 생각이었다.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해운의 풍류’ 서도밴드 콘서트 - 서도밴드는 서도(sEODo)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6인조 밴드로 전통음악의 요소를 팝과 혼합한 ‘조선 팝’의 창시자라고 불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1, 2층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 서도밴드 공연이 서서히 막이 올랐다. 각기 다른 악기로 무장한 다섯 명의 멤버들 중앙에 마이크를 잡은 한 명이 서 있었다. 음악이 울리자 마이크 앞의 한 명이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온 무대를 휘저으며 춤추고 뛰기를 거듭한 그는 계속 그 기운을 이어갔다. 간간이 그의 입에선 TV 경연프로그램 ‘풍류대장’에서 들었던 익숙한 음도 나오고 사람의 목에서 나는 소리라곤 믿을 수 없는 소리도 터져 나왔다. 


신기가 한창 오른 무당처럼 그는 또 그렇게 신명을 냈다. 그렇다. 그는 마치 트랜스 젠더 무당 같았다. 아직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새내기 무당인데 어찌 보면 어여쁜 얼굴과 우아한 곡선의 춤사위가 보이다가도 갑자기 박수무당 같은 소리와 힘찬 몸놀림이 있었다.  


일명 ‘신빨’이 점차 더 오르자 무대를 넘친 기운이 객석을 덮쳐 관객들이 함께 이 장단에 소리치고 저 장단에 몸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음악 역시 동양의 것과 서양의 것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판소리 풍의 그의 음성이 서양악기의 음률 사이를 넘나들며 더 증폭되어 파고들었다. 


트랜스젠더 무당과 전통음악의 요소를 팝과 혼합한 음악 사이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공연은 끝으로 향했다. 도중 미발표 신곡이 등장하자 해운홀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부산에 맞춰 ‘바다’란 곡으로 시작한 그의 공연이 앙코르 두 곡을 마지막으로 끝내 장막 너머로 사라졌다.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진 그의 신판에서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신이 오른 무당처럼 뛰고 또 뛰었다. 그 역시 신기에 취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특유의 그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이명처럼 울려대는 가운데 정신줄을 다시 잡으니 서도밴드의 ‘해운의 풍류’란 공연이었다. 이 같은 공연을 해운대문화회관에서 2만 원에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실로 해운대 주민이 누린 엄청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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