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오전 9시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한국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 각 커뮤니티의 퍼레이드, 오후에는 유명 가수들이 참석한 공연이 열렸다. 올해로 한국과 필리핀이 수교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로 마리아 테레사 주한 필리핀 대사를 비롯해 전국의 필리핀인들이 모인 축제였다.
아울러 필리핀 독립 126주년과 제29회 해외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와 이민자들을 위한 축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필리핀인은 약 74,000명으로 부산에는 3,500명이 살고 있으며 취업이 51.5%, 결혼이민자가 20%를 차지한다.
이날 필리핀 출신 그룹 호라이즌이 출연하여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럭키(LUCKY)’ 무대는 물론,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데뷔 타이틀곡 ‘식스틴(SIXTEEN)’ 등을 포함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번 행사에는 호라이즌을 비롯해 SB19, 잭 타부들로(ZACK TABUDLO), 에사이 빌라뇨(ESAY BELANIO), 제퍼니(ZEPHANIE) 등 한국과 필리핀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축제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런데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운 필리핀 행사에 관한 보도는 지역신문에 한 줄도 나오지 않았고, 스포츠조선닷컴에서 ‘그룹 호라이즌이 필리핀 축제에 참석한다’며 연예계 동향에 포인트를 맞춰 보도한 것만 눈에 띌 뿐이었다.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아 필리핀에서 공연단과 관계자들이 오고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이 부산까지 와서 대규모 축제 행사를 열었는데 지역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한국전쟁 때 참전하고 전후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원조도 많이 해주었다는 필리핀이 아닌가? 지금은 필리핀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많은 필리핀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3D업종에 취업하여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그리고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로 필리핀 보모(가사관리사)도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점차 들어와 맞벌이 부부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저출생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이민대상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일찍이 선거제 민주주의가 정착한 아세안의 중요한 국가로서 필리핀에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주한 필리핀 대사가 부산까지 내려왔다면 부산시에서 부시장 정도는 나와야 의전의 격이 맞는다고 보는데, 부산시의 담당 과장이 나와서 인사말을 했다니 의전상의 결례가 아닌지.
부산에서의 무관심과 달리 서울에서는 지난 3월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양국의 대통령이 축하 서신을 교환하고 문화예술교류전을 열었다. 그리고 한국산 전투기로 한국과 필리핀의 공군이 함께 참여하는 수교 75주년 우정 비행도 하는 블랙 이글스 에어쇼를 통해 양국의 우호를 다졌다.
부산에서 두 번이나 아세안 정상회의를 열고 해운대구 좌동에 아세안문화원을 건립하여 아세안문화원 앞을 지나는 도로를 아세안로라 명명할 정도로 부산과 관계가 깊은 아세안의 중요한 국가인 필리핀에 대해서도 부산시의 세심한 도시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영춘 기자